'사냥개들2' 정지훈 "착하게 살려고 노력, 악역 너무 괴로웠죠"
데뷔 28년 만에 첫 빌런 연기…"복싱 기초부터 다져, 진통제 먹으며 촬영"
"악역을 연기하며 너무 괴로웠어요. 평생 할 욕도 다 해본 것 같아요. 사실 전 너무 착한 사람이거든요. 착하게, 도덕을 지키면서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이라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정지훈(비)은 넷플릭스 '사냥개들 시즌2'(이하 사냥개들2)에서 데뷔 28년 만에 첫 악역을 연기한 고충을 털어놨다.
역할에서 나오기 힘들 만큼 작품에 빠져 살았다는 그는 "가끔 욱하고 올라올 때도 있었다. 아내(배우 김태희)도 '눈빛이 왜 그래?'라는 얘기를 했다"며 "평소 같으면 화낼 일이 아닌데 제가 영향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죄송하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사냥개들'은 불법에 맞서는 두 청춘 복서 김건우(우도환 분)와 홍우진(이상이)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물이다. 2023년 공개된 시즌1에 이어 3년 만에 지난 3일 시즌2가 공개됐다. 김건우와 홍우진은 시즌1에서 불법 사채 조직과 싸웠고, 시즌2에선 글로벌 불법 복싱 리그에 대적한다.
정지훈은 불법 복싱 리그를 운영하며 죄책감 없이 살인 등 극악무도한 악행을 저지르는 임백정을 연기했다. 임백정은 돈에 집착하며 김건우, 홍우진과 피와 살점이 튀는 잔인한 대결을 펼치는 인물이다.
정지훈은 "악역 연기를 즐길 수가 없었다. 전 다정하고 순수한 역할을 꽤 해왔고, 이걸 완전히 씻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매 순간 매 장면 건우와 우진이를 어떻게 하면 절망적으로 만들까, 어떻게 극한으로 몰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게 매번 제겐 숙제였다"고 돌아봤다.
'사냥개들' 시리즈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은 정지훈이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임백정을 연기할 수 있도록 공백을 남겨뒀다. 정지훈이 표현한 임백정은 생각에 기승전결이 없는 미치광이로, 나르시시즘에 빠진 폭주 기관차 같은 캐릭터였다.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건 그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대사가 많은 장면이 꽤 있었는데, 촬영하다가 감독님이 '죄송한데 그거 빼세요'라고 한 적이 많았어요. '그러면 어떡하죠?'라고 물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지금 어떤 기분이에요?'라고 물어보셨죠. 나중에는 '감독님이 나한테 왜 이러시지?' 싶을 때도 있었어요. 결국 그냥 대본만 보고 상황에 젖어 들어갔어요. 광기 어린 욕설도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평소에도 운동을 즐기는 그는 '사냥개들2'에서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드는 체격을 보여준다. 혹독한 자기 관리로 만든 근육질 몸에서 나오는 힘 있는 액션은 '살인 병기' 같은 임백정의 잔혹함을 극대화 했다.
정지훈은 "진통제를 먹어가며 하루하루 촬영했다"며 "촬영이 끝나면 대본 보고 운동 하고를 반복했는데 쉽지 않았다. 지금도 주사를 맞고 물리 치료도 받고 있다"고 고충을 말했다. 그는 "저도 몸을 만들어야 하는 연기는 이제 진짜 그만하고 싶다"며 "기회만 주신다면 나태한 연기, 몸을 망가뜨리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지훈은 데뷔 28년이 돼서야 악역에 도전하게 된 이유로 '명분'을 꼽았다. 여러 차례 악역을 제안받았지만, 기존 이미지를 버리기에도, 가족들에게 봐달라고 하기에도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냥개들2'는 달랐다며 액션을 그 이유로 들었다.
"시즌1을 좋아했어요. 시즌2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한번 보여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죠. 저는 복싱으로 싸워 본 적도 없고, 복싱으로 뭘 보여준 적도 없어요. 그간 제가 했던 액션과도 아예 달랐고요. 처음부터 기초를 다시 시작했고,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액션의 끝까지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꾸준한 활동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지훈은 임백정의 '인정 욕구'에 동질감과 함께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굳이 저와 비슷한 점을 꼽자면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며 "사람이 살다 보면 이상하게 잘될 때도 있고, 반대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안될 때가 있다. 저도 그걸 다 겪어봐서 백정에 대한 측은지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냥개들2' 공개 후 정지훈의 빌런 연기를 두고 '액션은 좋은데 감정 연기가 아쉽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는 "쇼츠 같은 걸로 평가하시는데 한 번 쭉 봐주시면 달라지지 않을까"라며 "그래도 익숙해지지 않거나 별로라고 생각하시면 제가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답했다.












